월요일 아침에 출근했는데, 내 자리 옆에 처음 보는 사람이 앉아 있었음. 노트북도 새것이고 사원증도 있어서 당연히 다른 팀 신입인 줄 알았다.
그런데 나를 보더니 벌떡 일어나는 거야. “안녕하세요. 오늘부터 인수인계 받기로 한 사람입니다.”
인수인계? 내가 “누구 업무요?”라고 물었더니, 내 이름을 정확하게 말했다. 순간 커피 뚜껑만 만지작거렸다. 나는 사직서를 낸 적이 없었거든.
딱 한 번, 한 달 전에 팀장한테 개인적으로 말한 적은 있었음. 요즘 일이 너무 몰려서 계속 다니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고. 팀장은 사람 더 뽑을 테니까 조금만 기다려 달랬고.
그래서 좋은 쪽으로 생각하려고 했다. 아, 내 일을 같이 해줄 사람이구나. 그런데 신입이 다음 말을 하더라. “전임자분은 이번 주까지만 나오신다고 들었습니다.”
내가 웃는 걸 멈추니까 신입도 입을 다물었다. 마침 팀장이 들어왔는데, 우리를 보더니 신입에게 먼저 자리를 좀 비켜달라고 함.
“일단 회의실로 가자.” 내가 왜요, 지금 여기서 말씀하시면 되죠, 했더니 팀장이 목소리를 낮췄다. “네가 나간다고 했잖아.”
그때 돌아가던 신입이 멈춰 섰다. “두 분, 그 메일 못 보셨어요?” 팀장 얼굴이 눈에 띄게 굳었다.
메일을 연 순간, 날짜부터 이상했다.
현재는 광고 없이 이어 읽을 수 있어요.신입이 휴대폰을 꺼내 메일 화면을 보여줬다. 나는 내용보다 발송 날짜부터 두 번 읽었다.
내가 팀장한테 고민을 털어놓기 이틀 전이었다. 메일에는 ‘기존 담당자 퇴사 예정으로 업무 인계 진행’이라고 적혀 있었고, 신입에게 보낸 첨부파일에는 내가 밤새 만들었던 업무 목록까지 붙어 있었다.
나는 팀장을 봤다. “제가 말씀드리기도 전에 퇴사 예정이었네요?” 팀장은 한동안 말을 안 했다. 신입은 휴대폰을 든 채로 우리 눈치만 보고 있었고.
알고 보니 팀장은 이미 나를 다른 프로젝트로 보내려고 했었다. 내가 싫다고 할까 봐 말을 미뤘고, 그 사이 채용 쪽에는 내가 나가는 자리라고 설명한 거였음. 내가 이틀 뒤 퇴사 고민까지 얘기하니까, 아예 나가는 걸로 정리해버린 거고.
팀장은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근데 이상하잖아.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데, 내 후임은 내 마지막 출근 날짜까지 알고 있다는 게.
나는 신입에게 먼저 사과했다. “괜히 첫날부터 이런 상황 보게 해서 죄송해요. 오늘 인수인계는 어렵겠어요.” 그 사람은 자기가 더 죄송하다며 내 이름표를 한 번 보고 고개를 숙였다.
그날 오후 회의에는 인사 담당자도 들어왔다. 팀장은 계속 표현이 잘못 전달됐다는 말을 반복했고, 나는 메일 날짜와 내가 상담했던 날짜를 적은 메모만 테이블 위에 올려놨다.
결국 내가 다른 팀으로 옮기고, 신입은 그 자리에 남았다. 인수인계는 내가 동의한 일정으로 다시 잡았음. 팀장은 그날 이후로 중요한 얘기를 복도에서 하자고 부르지 않았다.
며칠 뒤 신입한테 메시지가 왔다. ‘알려주신 파일 잘 정리했습니다. 그리고 이 팀에서는 뭐든 메일로 남기겠습니다.’
나는 ‘그것까지 인수인계됐으면 됐네요’라고 답했다. 웃으면서 보냈는데, 좀 씁쓸하더라.
그날 처음 알았다. 나는 퇴사를 고민했고, 누군가는 이미 내 퇴사를 결정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