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친구가 내 결혼식에 못 온다고 했다. 날짜 잡자마자 알려줬는데, 식 일주일 전에 ‘집에 일이 좀 생겨서’라는 메시지가 온 거임.
솔직히 서운했지. 그래도 가족 일이라는데 무슨 말을 하겠어. 괜찮다고, 잘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친구는 길게 답하지 않고 고맙다고만 했고.
결혼식 다음 날 아침, 정신없이 쌓인 사진을 보고 있었음. 그러다 아는 동생이 올린 사진에서 손가락이 멈췄다. 신부 옆에 그 친구가 서 있었다.
분명 어제 사진이었다. 예쁘게 머리도 하고, 하객석 구석도 아니고 신부 바로 옆에서 환하게 웃고 있더라. 나는 축의금 액수 같은 건 생각도 안 났음. 그냥 ‘집에 일이 있다’던 문장만 계속 떠올랐다.
친구한테 사진을 보내놓고 ‘여긴 갔네’라고 썼다가 지웠다. 너무 없어 보이는 것 같아서. 대신 ‘이 사진 너 맞지?’라고 보냈다.
읽음은 바로 떴다. 답은 20분이 지나도 없었다. 옆에서 남편이 무슨 일이냐고 물었는데, 설명하다가 내가 울어버렸다.
친구한테 전화가 왔다. 받자마자 미안하다는 말부터 할 줄 알았는데, 걔가 조용히 말했다. “사진 한 장만 더 넘겨봐.”
“사진 한 장만 더 넘겨봐.”
현재는 광고 없이 이어 읽을 수 있어요.나는 통화 중인 화면을 내리고 게시물을 다시 열었다. 손끝에 힘이 들어가서 사진이 한 번에 두 장 넘어갔다. 다시 뒤로 넘겼다.
다음 사진은 신부 대기실이었다. 친구와 신부 사이에, 내가 예전 가족사진에서 본 사람이 앉아 있었다. 친구 어머니였다.
신부는 친구의 여동생이었다. 나는 동생 얼굴을 몇 년 전에 딱 한 번 봤고, 화장한 모습은 처음 봤다. 설마 네 동생이냐고 물었더니 친구가 응, 하고 대답했다.
동생 결혼식이 왜 갑자기 잡혔냐고 했더니, 사실은 몇 달 전부터 같은 날짜였대. 내 날짜를 들었을 때 바로 말했어야 했는데, 내가 같이 준비하자며 너무 좋아하니까 말을 못 꺼냈다고.
여기까지 들으면 감동적으로 풀려야 할 것 같은데, 나는 오히려 더 화가 났다. 가족 일이라는 말 한마디 뒤에서 나 혼자 결혼 준비 얘기를 몇 달이나 했잖아. 친구는 매번 맞장구를 쳤고.
“동생 결혼식이면 내가 가지 말라고 했겠냐. 왜 나를 이렇게까지 바보 만드냐.” 말하고 나니 목소리가 떨렸다.
친구가 한참 울더니 그 말을 했다. “너한테 미안한 사람 되기 싫어서 미루다가, 진짜 이상한 사람이 됐어.”
그날 바로 화해한 건 아니었다. 나는 여행 다녀와서 이야기하자고 했다. 사진 속 친구 표정이 자꾸 생각났고, 내가 보냈다 지운 말들도 생각났거든.
다녀온 다음 주, 둘이 밥을 먹었다. 친구가 우리 결혼식 사진을 인화해서 가져왔다. 내 사진 아래에는 동생 결혼식 사진도 같이 들어 있었다.
두 앨범을 번갈아 보다가 내가 물었다. “너도 그날 밥 못 먹었지?” 친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제야 둘 다 조금 웃었다. 서운함이 사라진 건 아닌데, 그날은 끝까지 얘기를 듣고 싶었다.
서운했던 건 못 왔다는 사실보다, 나 혼자 친구라고 생각한 것 같아서였다.
